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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악기

해금, 팔음구비의 예술, 모든 재료를 품은 한국 전통 현악기

by 가야금 연주자 2025. 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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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현악기 중에서도 해금(奚琴)은 그 독특한 음색과 더불어 다양한 재료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독보적인 악기로 손꼽힙니다. 두 개의 줄로 연주되는 해금은 때론 사람의 목소리처럼 애절하고 깊은 소리를 내며, ‘팔음구비(八音具備)’라는 별칭으로도 불립니다. 이는 금속, 돌, 실, 대나무, 박, 흙, 가죽, 나무의 여덟 가지 재료가 모두 사용된다는 의미로, 해금이야말로 자연의 모든 소리를 품은 악기임을 보여줍니다.

 

해금을 만드는 여덟 가지 재료

1) 금속(쇠)
해금의 줄을 고정하는 고리나 울림통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부품에 금속이 사용됩니다. 이 금속은 해금의 구조적 안정성을 높이고, 소리의 전파를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 돌
전통적으로는 해금의 음색에 깊이를 더하기 위해 울림통 안쪽에 돌을 넣기도 했습니다. 돌은 소리에 무게감을 부여하고, 고요하면서도 힘 있는 음색을 만들어주는 상징적인 재료입니다.

3) 실(명주실)
해금의 현은 **비단실(명주실)**로 꼬아 만들어집니다. 실은 연주자와 악기를 직접 연결하는 핵심 요소로, 그 부드러움과 강도는 해금 특유의 섬세하고 맑은 소리를 가능케 합니다.

4) 대나무
활대를 만들거나 울림통의 일부에 사용되는 대나무는 가볍고 탄성이 좋아 연주 시 미세한 음의 조절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대나무는 해금의 민첩한 반응성과 직결된 중요한 소재입니다.

5) 박(호리병박)
울림통의 앞면에는 얇게 가공한 호리병박이 붙습니다. 이는 공명판의 역할을 하며, 해금이 낼 수 있는 소리의 폭을 넓혀주고 울림의 확산을 도와줍니다.

6) 흙(송진)
활에 바르는 송진은 나무에서 채취한 천연 재료로, 흙에서 비롯된 자연 소재입니다. 송진은 줄과 활 사이의 마찰력을 높여주어, 연주 시 음이 맑고 분명하게 울리도록 합니다.

7) 가죽
울림통 뒷면에는 가죽, 특히 동물의 얇은 가죽이 덧대어집니다. 이는 음색을 보다 부드럽고 따뜻하게 조율해주며, 해금 고유의 감성적인 울림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8) 나무
해금의 몸체와 조이개, 손잡이 등 대부분의 구조는 나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무는 해금의 외형을 잡아주는 동시에, 전체적인 균형과 자연의 미를 완성합니다.

 

해금, 모든 소리를 품는 악기

해금은 단순히 여러 재료가 모인 악기를 넘어서, 자연의 요소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로 구현된 악기입니다. 금속의 견고함, 돌의 무게감, 실의 섬세함, 대나무의 탄력, 박의 공명, 흙의 순수함, 가죽의 따뜻함, 나무의 생명력이 조화롭게 담겨 있는 해금은 단순한 악기가 아닌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예술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금은 전통적으로 ‘모든 소리를 포용하는 악기’, 즉 팔음구비의 상징으로 여겨졌고, 오늘날에도 그 독특한 음색과 상징성으로 다양한 전통음악과 창작음악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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