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악기

거문고 알아보기

가야금 연주자 2025. 4. 3. 21:13

거문고는 한국의 전통 현악기로, 고구려의 왕산악이 창제했다고 전해진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왕산악은 중국 진나라에서 들여온 칠현금을 개량하여 거문고를 만들고, 백여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그가 거문고를 연주하자 검은 학이 춤을 추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며, 이를 반영하여 '현학금'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후 '검다'는 뜻의 '현(玄)'과 현악기를 뜻하는 '고(琴)'가 합쳐져 '거문고'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 고구려 무용총 벽화에서도 거문고와 유사한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 발견되어, 오랜 역사를 지닌 악기로 확인된다.

거문고는 줄을 뜯거나 술대로 내려쳐서 연주하는 타현악기로, 단단한 나무로 만든 공명통 위에 여섯 개의 줄을 얹는다. 몸통의 앞면은 오동나무, 뒷면은 밤나무로 제작하며, 줄은 명주실을 꼬아 만든다. 가야금과 유사하게 긴 네모꼴의 괘(棵)를 사용하여 음높이를 조절하는데, 총 열여섯 개의 괘가 있으며, 처음 괘에서 마지막 괘로 갈수록 점점 작아지고 얇아진다. 연주자는 왼손으로 줄을 눌러 음을 조절하고, 오른손으로 술대를 사용하여 줄을 튕겨 소리를 낸다. 거문고의 음색은 웅장하면서도 깊이 있어 학자들과 선비들이 정신 수양을 위해 즐겨 연주하였다.

거문고는 신라 시대에는 신성한 악기로 여겨 창고에 보관되었고, 한 세기가 지나서야 널리 연주되기 시작했다. 이후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문인들의 악기로 자리 잡았다. 조선 시대 선비들은 학문과 덕을 쌓는 과정에서 거문고 연주를 중시했으며, 거문고 소리를 통해 마음을 다스렸다. 특히, 연주 시 올바른 마음가짐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이를 '금사심(琴思心)'이라고 하여, 잡념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지 않으면 깊은 소리를 얻을 수 없다고 여겼다.

거문고 연주법은 다른 현악기와 차별화된 독특한 기법을 사용한다. 일반적인 현악기와 달리, 거문고는 술대를 이용하여 줄을 강하게 튕기는 방식으로 소리를 낸다. 이러한 연주법은 음색을 더욱 강렬하고 직선적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왼손 손가락으로 줄을 밀거나 짚어 미세한 음 변화를 주어 깊이 있는 표현이 가능하다. 이런 특징 덕분에 거문고는 웅장하고 묵직한 소리를 내며, 다른 국악기들과 함께 합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오늘날 거문고는 전통 국악 연주뿐만 아니라 창작 국악과 퓨전 음악에서도 활용되며, 그 예술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또한, 거문고의 깊이 있는 음색과 독특한 연주법은 세계 음악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현대 국악 연주자들은 거문고를 통해 전통적인 연주법을 계승하는 동시에,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통해 거문고의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거문고는 단순한 악기를 넘어, 한국의 전통과 정신을 담고 있는 문화유산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

거문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