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4대 토리 알아보기
우리나라 민요에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고유한 음계와 표현 방식이 존재하는데, 이를 ‘토리(音調)’라고 한다. ‘토리’는 특정 지역의 민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선율의 구조와 진행 방식, 즉 음의 배열과 그 운용법을 의미한다. 각 지역은 자연환경, 생활방식, 정서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만들어냈고, 이는 오랜 세월 전승되며 독특한 음악적 성격으로 발전해왔다. 현재 국악에서는 대표적으로 경토리, 메나리토리, 육자배기토리, 수심가토리의 네 가지 토리를 널리 사용한다.
경토리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민요에서 나타나는 토리로, 맑고 경쾌한 음색이 특징이다. 주로 솔-라-도-레-미 음계를 사용하며, 리듬이 일정하고 구성진 장단이 많다. 특히 높은 ‘미’에서 ‘라’로 도약하는 선율이 자주 등장하여 시원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경토리는 대체로 밝고 담백한 감정을 표현하며, 대표적인 민요로는 <창부타령>, <도라지타령>, <방아타령> 등을 들 수 있다.
메나리토리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동부 지역에서 불리는 민요의 토리이다. 미-솔-라-도-레의 음계를 중심으로 하며, 라에서 미로 하강하는 선율이 특징적이다. 이 토리는 서정적이고 애절한 정서를 담고 있어, 깊은 산골이나 들판의 정취와 함께 인간 내면의 감성을 자극한다. 대표 민요로는 <정선아리랑>, <강원도아리랑>, <배치기타령> 등이 있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고요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육자배기토리는 전라도 지역의 민요에서 나타나는 토리로, 굵고 꺾이는 음색과 느리고 끈적한 장단이 특징이다. 황-태-중-임-남의 음계를 사용하며, 황과 중에서의 꺾는 소리, 흔들기(성음 표현)가 중요하게 쓰인다. 감정 표현이 매우 깊고 진하여 한과 해학이 뒤섞인 전라도 특유의 정서를 잘 담아낸다. 대표적인 민요로는 <육자배기>, <흥타령>, <농부가> 등이 있으며, 남도소리의 대표적인 정형으로 꼽힌다.
수심가토리는 평안도와 황해도 등 서북 지역의 민요에서 나타나는 토리로, 낮고 느린 음역에서 시작하여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레-미-솔-라-도의 음계를 사용하며, 단조롭고 느린 선율 속에 깊은 설움과 우수가 녹아 있다. 리듬은 일정하지 않고 느리게 흐르며, 표현의 자유로움이 강조된다. 대표 민요로는 <수심가>, <긴난봉가>, <사설난봉가> 등이 있으며, 그 안에는 북녘 지역 사람들의 한과 삶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