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소 알아보기
태평소의 개요와 명칭
태평소는 나팔 모양의 금속 동팔랑, 단단한 목재로 만든 원추형 관대, 갈대 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서(舌, reed)로 구성된 한국의 전통 관악기이다. 서에 입김을 불어 넣어 리드가 진동하며 소리를 내고, 몸과 악기를 직각으로 하여 연주한다. 매우 큰 음량과 금속성 음색을 지니며, 궁중음악부터 민속, 불교의식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에 쓰인다. 태평소는 쇄납(嗩吶), 새납, 호적(胡笛), 날라리, 철적, 금가, 금구각 등 여러 이름으로 불려 왔으며, 이는 유입 경로와 지역별 특징을 반영한 이칭들이다.
태평소의 기원과 유입
태평소는 중동 지역에서 발생한 포크숌(folk shawm) 계열의 악기로, 중국을 거쳐 고려 시대에 한반도로 유입되었다. 중국에서 ‘쒀나(嗩吶)’ 또는 ‘호적’으로 불리며, 이 명칭들은 중국 변방에서 전래된 외래 악기임을 암시한다. 한국에서는 정몽주의 「태평소」라는 시를 통해 고려 말기의 사용 기록이 남아 있으며, 조선 성종 대에는 『악학궤범』에 ‘당악기’로 기술되었다. 군악기에서 비롯되어 제례, 궁중무용, 민속 및 불교의식에까지 활용되면서 사용 영역이 확장되었다.
태평소의 구조와 음향적 특성
태평소는 음량 증폭을 위한 금속 동팔랑, 연주를 위한 나무 관대, 리드 역할을 하는 서로 이루어진다. 관대는 앞면에 7개, 뒷면에 1개의 지공을 뚫어 선율을 연주할 수 있게 하며, 관대는 취구 쪽이 좁고 아래로 갈수록 넓어지는 원추형이다. 동팔랑은 반구형 나팔 모양으로 만들어져, 날카롭고 멀리 퍼지는 소리를 낸다. 리드인 서는 전통적으로 갈대 소재였으나, 현재는 플라스틱도 사용된다. 음역은 A♭4에서 E♭6까지 약 1옥타브 반 이상이며, 음의 세기와 질감은 입김의 강도, 서의 진동에 따라 달라진다.
연주법과 표기 방식
연주할 때는 왼손이 위, 오른손이 아래를 잡아 지공을 막고 연다. 서는 입술로 물고 조롱목에 입을 붙여 떨리게 하여 소리를 내며, 주법으로는 요성, 혀치기, 더름치기 등이 있다. 요성은 악기를 흔들어 바이브레이션을 만들고, 혀치기는 음을 끊어주는 기법이며, 더름치기는 빠르게 인접 음을 오가며 꾸밈음을 만드는 방식이다. 구음은 궁중악에서는 피리의 구음을 차용하며, 민속악에서는 ‘따리리’, ‘띠라’ 같은 의성어를 사용한다. 악보는 20세기 중반부터 정간보나 오선보로 채보되었으며, 민속 음악에서는 여전히 구전으로 전해지기도 한다.
사용 영역과 문화적 의의
태평소는 군악과 행진, 궁중의식, 제례, 무용반주뿐 아니라 농악, 불교의식, 시나위 등 민속음악 전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된다. 대표적으로 《종묘제례악》의 〈소무〉·〈영관〉, 궁중무용 〈선유락〉, 군악 〈대취타〉에 쓰이며, 농악에서는 자진모리, 굿거리 장단에 맞춘 즉흥 선율로 연주된다. 불교의 시련, 작법무에서도 반주로 사용된다. 겹서 구조와 동팔랑이 내는 강한 음향 덕분에 야외에서 돋보이며, 그 독자적 음색과 음량 덕에 국악기 중에서도 독특한 위상을 지닌다.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전통예술과 교육 현장에서 활발히 연주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