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쟁은 우리나라 전통 찰현악기로, 줄을 활로 문질러 음을 내는 방식의 독특한 구조를 지닌다. 고대에는 ‘압쟁(押箏)’으로 불리기도 했으며, 낮고 깊은 음색으로 인해 조선시대 궁중음악, 풍류음악, 당악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서 폭넓게 사용되었다. 아쟁은 고려시대 중국에서 도입된 악기로 전해지며, 초기에는 주로 당악 연주에 사용되었으나 조선시대에 이르러 향악과 민속음악 전반으로 활용 영역을 넓혔다. 해금과 마찬가지로 활을 사용하는 현악기이지만, 아쟁은 더 크고 줄이 굵어 웅장하고 중후한 음색을 낸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아쟁은 가야금과 유사한 외형을 가지지만, 구조와 음역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악기의 몸체는 전통적으로 앞판은 오동나무, 뒷판은 단단한 밤나무를 사용하여 공명성과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줄은 명주실로 제작되며, 굵고 장력이 높아 깊고 낮은 저음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다. 줄 위에는 ‘담괴’라 불리는 받침이 있어 줄의 높낮이와 진동 특성을 조절하고, 줄 끝에는 ‘부들’이라는 줄 고정 장치가 있어 조율 및 줄 조작을 용이하게 한다. 아쟁의 줄 수는 정악 아쟁이 일반적으로 7줄, 산조 아쟁은 8줄이 기본이며, 연주 스타일에 따라 9줄 이상으로 개량된 악기들도 존재한다.
아쟁은 연주 목적과 음악 장르에 따라 정악 아쟁과 산조 아쟁으로 분류된다. 정악 아쟁은 ‘풍류 아쟁’으로도 불리며, 궁중음악과 같은 느리고 정제된 곡을 연주할 때 주로 사용된다. 크고 무거운 몸체와 두껍고 낮은 음색이 특징으로, 장중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적합하다. 반면 산조 아쟁은 조선 후기 민속음악의 발달과 함께 등장하였으며, 정악 아쟁에 비해 소형이고 줄 간 간격이 좁아 빠르고 섬세한 주법 구사가 가능하다. 산조, 민요, 창극 등 다양한 민속 장르에서 활발히 사용되며, 꾸밈음과 미세한 감정 표현에 최적화된 음향적 민감성을 지닌다.
아쟁 연주의 핵심은 활의 운용에 있다. 아쟁의 활은 주로 천연 말총(백마의 꼬리털)을 사용하여 제작하며, 활대를 구성하는 나무는 단단하고 유연한 목재를 선택한다. 말총에는 송진을 발라 마찰력을 높여주고, 줄에 닿았을 때 풍부하고 안정적인 울림이 발생하도록 한다. 정악 아쟁의 활은 무겁고 견고하여 장중한 소리를 내는 데 적합하며, 산조 아쟁의 활은 가볍고 유연해 빠르고 섬세한 표현에 효과적이다. 연주자는 책상다리 자세로 앉아 아쟁을 비스듬히 앞에 두고, 오른손으로 활을 조작하며 왼손으로 줄을 눌러 음정을 조절한다. ‘눌렀다 떼기’, ‘흔들기’ 등의 꾸밈음 기법은 아쟁의 슬프고 애절한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늘날 아쟁은 전통음악의 경계를 넘어 현대음악과의 융합을 통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국악 관현악단에서는 저음역을 담당하는 핵심 악기로서 기능하며, 해금·대금·피리 등 타 악기와의 앙상블에서도 조화로운 밸런스를 제공한다. 또한 독특한 음색과 감성적인 울림 덕분에 영화음악, 드라마 OST, 창작국악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아쟁은 단순한 전통 악기를 넘어, 연주자의 기량과 표현력에 따라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전하는 예술적 매개체로 기능하며, 국악의 현대적 확장과 대중화를 이끄는 중요한 악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