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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역사

국악의 4대 토리 알아보기

by 가야금 연주자 2025. 4. 16.

우리나라 민요에는 지역과 문화에 따라 고유한 음계와 표현 방식이 존재하는데, 이를 ‘토리(音調)’라고 한다. ‘토리’는 특정 지역의 민요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선율의 구조와 진행 방식, 즉 음의 배열과 그 운용법을 의미한다. 각 지역은 자연환경, 생활방식, 정서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리를 만들어냈고, 이는 오랜 세월 전승되며 독특한 음악적 성격으로 발전해왔다. 현재 국악에서는 대표적으로 경토리, 메나리토리, 육자배기토리, 수심가토리의 네 가지 토리를 널리 사용한다.

 

경토리는 서울과 경기 지역의 민요에서 나타나는 토리로, 맑고 경쾌한 음색이 특징이다. 주로 솔-라-도-레-미 음계를 사용하며, 리듬이 일정하고 구성진 장단이 많다. 특히 높은 ‘미’에서 ‘라’로 도약하는 선율이 자주 등장하여 시원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경토리는 대체로 밝고 담백한 감정을 표현하며, 대표적인 민요로는 <창부타령>, <도라지타령>, <방아타령> 등을 들 수 있다.

 

메나리토리는 강원도와 경상북도 동부 지역에서 불리는 민요의 토리이다. 미-솔-라-도-레의 음계를 중심으로 하며, 라에서 미로 하강하는 선율이 특징적이다. 이 토리는 서정적이고 애절한 정서를 담고 있어, 깊은 산골이나 들판의 정취와 함께 인간 내면의 감성을 자극한다. 대표 민요로는 <정선아리랑>, <강원도아리랑>, <배치기타령> 등이 있으며, 듣는 이로 하여금 고요한 그리움을 느끼게 한다.

 

육자배기토리는 전라도 지역의 민요에서 나타나는 토리로, 굵고 꺾이는 음색과 느리고 끈적한 장단이 특징이다. 황-태-중-임-남의 음계를 사용하며, 황과 중에서의 꺾는 소리, 흔들기(성음 표현)가 중요하게 쓰인다. 감정 표현이 매우 깊고 진하여 한과 해학이 뒤섞인 전라도 특유의 정서를 잘 담아낸다. 대표적인 민요로는 <육자배기>, <흥타령>, <농부가> 등이 있으며, 남도소리의 대표적인 정형으로 꼽힌다.

 

수심가토리는 평안도와 황해도 등 서북 지역의 민요에서 나타나는 토리로, 낮고 느린 음역에서 시작하여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다. 레-미-솔-라-도의 음계를 사용하며, 단조롭고 느린 선율 속에 깊은 설움과 우수가 녹아 있다. 리듬은 일정하지 않고 느리게 흐르며, 표현의 자유로움이 강조된다. 대표 민요로는 <수심가>, <긴난봉가>, <사설난봉가> 등이 있으며, 그 안에는 북녘 지역 사람들의 한과 삶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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