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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악기

해금 알아보기

by 가야금 연주자 2025. 4. 7.

해금은 두 줄로 소리를 내는 한국 전통 현악기로, ‘팔음구비’와 ‘비사비죽’이라는 독특한 별칭을 가지고 있다. 팔음구비(八音具備)란 금속, 돌, 실, 대나무, 박, 흙, 가죽, 나무라는 여덟 가지 재료로 만든 악기를 뜻하며, 해금은 이 모든 재료를 고루 사용해 만들어진 유일한 악기이다. 쇠는 울림통을 고정하고, 돌은 소리 깊이를 더하며, 명주실로 줄을 만들고, 대나무로 울림통과 활대를 제작한다. 박은 원산, 흙은 송진, 나무는 조이개 등 각 부위마다 다양한 재료가 사용된다. 이처럼 해금은 모든 재료와 소리를 포용하는 악기로, 전통 사회에서 귀하게 여겨졌다.

해금은 줄을 활로 문질러 소리를 내는 현악기이면서도 몸체가 관악기처럼 관형으로 되어 있다. 해금의 또다른 별칭인 비사비죽(非絲非竹)은 '현악기도 아니고, 관악기도 아니다' 라는 뜻이다. 여기서 ‘絲(사)’는 전통적으로 현악기를 의미하고, ‘竹(죽)’은 관악기를 상징한다. 해금은 현악기도, 관악기도 아닌, 그 경계를 넘나드는 악기이다. 때로는 줄의 떨림으로 울림을 주고, 때로는 관악기가 쉬는 순간을 메우며 그 역할을 확장한다. 관악기와 현악기 사이의 소리를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특성이 있어, 전통 음악 연주에서 해금이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이유이다. 그만큼 해금은 음향적으로 매우 유연하고, 다양한 음악적 상황에서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존재이다.

해금은 간단해 보이지만, 그 구조는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 울림통은 대나무 뿌리(‘뿌리통’)나 나무(‘칼통’)로 만들며, 일반적으로 뿌리통이 소리가 좋고 내구성도 뛰어나 으뜸으로 여겨진다. 울림통 위에는 대나무로 만든 ‘입죽’을 세워 줄을 고정하고, 줄은 명주실로 꼬아 안쪽은 굵고 바깥쪽은 가늘게 만든다. 줄은 조이개로 장력을 조절해 음정을 맞추며, 활은 대나무로 만들고 말총으로 된 활줄에 송진을 발라 마찰을 높인다. 전체 구조는 단순하지만 각 부분이 치밀하게 조화를 이루며 해금 특유의 섬세한 음색을 만들어낸다.

해금은 사람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악기로, ‘국악기의 바이올린’이라고도 불린다. 단 두 줄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표현력은 무궁무진하여 기쁨, 슬픔, 노여움, 즐거움 등 모든 감정을 소리로 담아낼 수 있다. 날짐승이나 들짐승의 울음소리, 자연의 다양한 소리까지 흉내 낼 수 있을 만큼 모방 능력도 뛰어나다. 예전에는 해금 소리를 ‘깽깽이’라 부르기도 했을 만큼 특이한 음색을 가졌지만, 그 개성이 오히려 전통음악 속에서 다양한 정서를 전달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연주자의 손끝에서 진동하는 음은 마치 사람의 울음처럼 가슴을 울린다.

해금은 고려시대에 중국으로부터 들어와 당악 연주에 쓰이기 시작했으며, 이후 우리 고유의 전통 음악 속에서 빠지지 않는 중심 악기로 자리 잡았다. 궁중 음악뿐 아니라 민속음악, 산조, 창극, 마당놀이까지 폭넓게 사용되며 대중과의 접점을 넓혀 왔다. 최근에는 창작 국악, 퓨전 음악, 현대무용과의 협업 등 다양한 무대에서도 주목받고 있으며, 해금을 중심으로 한 앙상블이나 독주회도 꾸준히 열리고 있다. 단순한 옛 악기를 넘어, 시대를 넘어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담아내는 해금은 한국 전통 음악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해금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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